『현대 구약성서 연구』는 가장 최근에 진척된 구약학 연구의 결과들을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이다. 구약학 연구는 다층적이며 다방면적이다. 구약의 배경에 관한 연구로부터, 구약 본문에 대한 연구, 고대 근동 언어 및 문화, 고고학, 문학 이론, 역사 이해, 고대 종교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문 자체 연구에 있어서도, 오경, 역사서, 예언서, 지혜 문학, 묵시 문학, 시문학 등 다양한 연구거리가 있다. 물론 구약학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구약신학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에서 영미권의 저명한 복음주의 학자들은 20세기 마지막 4반세기 기간에 구약학 각 분야에서 일궈진 학문적 성취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평가한 후 전망을 내놓는다.
제1장은 히브리 성서 텍스트의 전승사를 밝히고 그 텍스트의 번역과 해석을 위한 출발점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본문비평” 영역을 다룬다. 다양한 텍스트 전승과 고대 번역본들에 대한 논의에 덧붙여서 현대의 주요 본문비평 프로젝트들도 소개하고 있다. 제2장과 제3장은 구약시대 금석학과 고고학에 관한 개요다. 금석학과 고고학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들인데, 여기서는 구약 성서 해석에 유용한 고대 근동 문화의 평행자료로서 모압 왕 메사의 석비, 와디 달리예 파피루스, 텔 단 비문,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아마르나 서신이나 실로암 터널 비문 등과 같은 금석문들을 소개하는 한편 고고학 자료들을 시대별, 주제별로 일별한다. 특히 창세기의 요셉 내러티브를 모델로 삼아 고고학이 성서 해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예시하고 있다.
제4장은 20세기 중반에 재개된 구약성서의 문학적 접근법을 소개하는 한편 구약성서 해석에 적용될 수 있는 현대의 문학비평 이론들도 소개한다. 제5장은 모세 오경을 중심으로 문서비평, 전승비평, 정경비평 간의 긴장 상황을 묘사하면서 21세기의 성서 해석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제6장은 구약 역사기술학(historiography), 다시 말해 이스라엘 역사를 기술하는 현대의 방식을 다룬다. 제7장은 민족 혹은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기원에 관한 논의들을 다룬다. 여기서는 정복 모델, 평화적 이주 모델, 봉기 모델 등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설명한다.
제8장부터 13장까지는 구약성서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각 장별로 “왕정 시대 역사”, “포로 시대 역사”, “예언서”, “지혜 문학”, “시편 연구”, “묵시문학” 등을 다룬다. 여기서도 기고자들은 대체적으로 성서의 텍스트를 하나의 완성된 통일체로 보는 정경적, 공시적 관점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역사비평이나 전승비평, 문서비평적인 고려사항들도 배제하지는 않는다. 독자들은 궁켈과 모빙켈의 양식비평적 연구가 여전히 구약에 대한 문학적 연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14장은 고대 이스라엘의 야웨 신앙의 기원 문제를 다룬다. 특히 이스라엘 내부에서 유일신 신앙이 발전해온 방식 및, 야웨 유일신 신앙과 고대 근동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15장은 사회과학과 문화인류학을 구약성서 해석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한다. 제16장은 구약신학을 다루는데, 여기서는 구약 역사, 해석학, 구약개요와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신학 이론”으로서의 구약신학이 감당해야 할 과제, 곧 성서의 진실성이 의미 있게 주장되고 토론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구약학의 광대한 세계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 섣불리 들어섰다 길을 잃지는 않을지 주저하는 이에게 이 책을 길잡이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들의 신학적 입장은 대체로 보수적이지만 이 책은 어떤 신학적 입장에서도 수긍할 수 있는 학문적 성과들을 엄선해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독자들이 어떤 ‘전제’에 기초하여 평가하기보다는 ‘증거’와 ‘가치’에 기초하여 평가하기를 주문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구약학의 ‘가치’를 많이 발견하고, 구약성서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그리고 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이어서]
확실히 지난 30년간 묵시 연구는 예언과 묵시의 관계 문제를 놓고 씨름해왔다. 예언과 묵시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묵시 사상은 예언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기보다는 돌연변이에 가깝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결론을 지지하는 근거는, 좁은 의미에서의 묵시가 현실 세계에서는 하나님의 역사가 불가해한 예정 속에 숨겨져 있으며 인간사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묵시가 예언에서 논리적으로 발전된 것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 된다. 실제로 그런 발전은 일어나지 않는데, 왜냐하면 신약성서가 묵시의 확대된 이미지와 사고 형태를 명백히 이용하면서 구약 예언과 전적으로 일치하는 관점, 곧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선한 창조세계 안에서 일하시며, 일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왕권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신실한 반응을 통해 창조세계를 변화시키려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_제13장 “최근 구약 묵시문학 연구 동향” 중에서
결론적으로, 구약신학이 참으로 신학적인 연구 분야라는 사실을 우리가 다시 깨닫기만 한다면, 우리 앞에는 풍성한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아주 부담스러운 과업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구약학자는 고전적인 구약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역사적 형태의 기독교 신학이나 현존하는 형태의 기독교 신학의 본질에 대해서도 정통해야 하며, 또 그것들을 설득력 있게 통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구약성서의 증언이 하나님께 대한 변혁적인 개입?은혜로운 동시에 혹독하고, 개인적인 동시에 공동체적이고, 친숙한 동시에 생소하며,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서 가장 심오하게 실현되는 개입?을 수반한다는 것을 구약신학이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구약신학은 그 과업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_제16장 “구약신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