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로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비밀 개념에 대한 성서신학적 연구를 통해 신약성서와 구약성서의 유기적 관계를 밝히려고 시도한 결과물이다. 곧 신약성서의 각 책에서 비밀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모든 본문을 상세하게 주석하고, 본문에서 발견되는 구약성서의 인용 또는 암시에 초점을 맞추며, 구약성서의 광범위한 맥락까지도 함께 고려하여 신구약의 본문을 서로 비교 분석하는 상호텍스트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의 저자들은 신약성서의 핵심 주제, 즉 종말의 하나님 나라, 십자가 사건, 부활, 구원과 관련된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그리스도의 우주적 통치 등과 같은 다양한 내용이 비밀 개념과 어떻게 결합되어 나타나는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약성서에서 비밀 개념은 구약성서의 예언과 기대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다고 제시하는 데서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약성서에서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요소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신약성서의 저자들이 구약성서의 원래 맥락과 의미를 무시 또는 왜곡하거나 구약성서에서 찾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비밀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신약성서 저자들은 구약성서에서 광범위하게 암시된 의미를 인식하고 이를 비밀 개념을 통해 확대하거나 발전시켰다. 즉 신약성서 저자들이 구약성서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이 비밀이 구약성서에서는 부분적으로 감추어졌으나 신약성서에서 비로소 온전하게 밝혀지는 계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들이 비밀 개념에 대한 이해에서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신약성서의 비밀 개념이 이방 종교의 맥락이 아니라, 구약성서, 특히 다니엘서로부터 유래했음을 다양한 본문 분석을 통해 논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자가 신약성서의 비밀과 이방 밀교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 책은 종교적 신비체험에 근거하는 이방 밀교의 비밀과 달리, 신약성서의 비밀은 다니엘서의 비밀 개념에 뿌리를 둔 것으로서 종말론적이고 구속사적인 내용을 포함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부록에 수록된 “성서 저자들의 인지적 주변시”는 비일의 해석학적 이론으로, 독자들이 이 책에서 전개하는 논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서의 비밀과 계시 개념을 상호텍스트 연구를 통해 신중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낸 이 책이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관계에 대한 성서학계의 논의와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의 시각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