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자신이 전공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석사 과정을 마친 학생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박사 과정을 마친 학생은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박사들이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실 이 말은 농담 같지만 그 안에는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배울수록 무지가 늘어난다. 그리고 인간은 그 무지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안심이 되는 존재다. 그럼 신앙의 세계는 어떨까? 역시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단순히 예수 믿고 죄 용서 받고 천국 간다는 수준의 공식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가장 순수하고 경건한 신앙인줄 확신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신앙의 연륜이 더해갈수록 성경의 진술과 교훈에 대해서, 기독교 교리와 전통에 대해서 궁금하고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믿는 바를 더욱 견고한 반석 위에 세우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이해를 추구하는, 혹은 이해를 동반하는 신앙이지 덮어놓고 믿는 맹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큰 문제가 있다. 성경을 읽으면서 좀처럼 납득이 안 되거나, 이해가 쉽지 않거나, 동의가 되지 않거나, 혹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 부분들이 나타날 때, 그 부분을 질문하면 애석하게도 교회 안에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좋은 교사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현실은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경원시하기까지 한다. 그 결과 교회 안에서는 일방적 선포만이 존재할 뿐,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합리적인 대화나 토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터프 토픽스』는 바로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대표적인 난제 25가지를 선정하여 무릎을 탁 치게끔 하는 명답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강점은 상당히 많다. 그중 크게 4가지를 꼽아본다면, 첫째, 저자가 엄격한 교리적 토론과 논쟁으로 유명한 칼뱅주의(개혁주의) 전통에 서 있는 신학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장은 스스로를 정통 기독교인이라고 믿는 독자들에게 신학적으로 상당한 신뢰감과 설득력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저자가 오랫동안 현장 목회자로서 사역을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한 난제를 다루면서도 사변적이거나 현학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줄곧 따뜻한 감성과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자가 삶의 문제를 곁에서 다루는 데 능숙한 목회자 출신이기에 가능하다. 셋째, 통상 많은 사람들이 칼뱅주의자=은사중지론자라고 이해하는 현실에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직접 성령의 다양한 은사와 능력을 체험하고 이를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검증해온 입장에서 신학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은사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넷째, 아무래도 이 책의 높은 가독성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저자의 글쓰기는 논리적으로 명징하고, 문체적으로 깔끔하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나열하는 법이 없다. 그의 문체는 빠른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명랑함과 따뜻함을 함께 갖추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만한 글쓰기를 하는 저자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의심과 질문을 사장시킨 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할 뿐더러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망과 확신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귀중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