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시대의 아들이며 특정 지역의 자식이다. 이 말은 모든 인간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공간의 지배 아래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성과 지역성, 이 두 가지가 인간의 정체성뿐 아니라 그의 경험과 인식의 틀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시간성과 지역성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유구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와 전통의 층위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식한다고 할 때 그것은 순수한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선험적 경험에 기초한다.
예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수많은 서구 신학자들이 이런저런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껏 대다수 서구 신학자들이 이해한 예수는, 실은 서구 문화의 틀 안에서 형성되고 규정된 역사적 예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 신학자들 자신이 서구 문화라는 시간성과 지역성에 매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는 중동 지역에서 40년 동안 살면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에 친숙한 신약학자 케네스 베일리가 해석한 예수에 대한 걸작이다. 베일리는 예수가 살았던 중동 문화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예수의 생애와 교훈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해석, 성경의 뜻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지금까지 서구 신학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중동의 고유한 성경 번역본과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실제로 살았던 자신의 체험에 기초하여, 지난 이천 년 동안 서구 신학자들이 복음서 텍스트 위에 쌓아왔던 오해와 왜곡의 지층을 걷어내고,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해석들 이면에 존재하는 복음의 원래적 의미들을 복원한다. 특히 이 책에서 베일리가 제시하는 예수의 비유에 대한 해석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신학자로서의 전문성 못지않게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베일리 고유의 쉽고 재미있는 문체와 적실한 예화들은, 신약학 전문 서적이라는 선입견 대신에 이 책을 읽는 흥미와 즐거움을 한껏 선사할 것이다. 교회에서 설교를 전문으로 하는 목회자는 물론이고, 예수에 대한 더 풍성한 이해를 추구하고 갈망하는 신학도와 성도들의 서재에 반드시 꼽혀 있어야 할 명저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