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중에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경험한 사람이 10명 중 8명에 달한다고 한다. 목숨 걸고 찾아온 남한에서 그들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자유가 자유에게 묻다〉 는 저자 임사라의 사선을 넘는 탈북의 과정과 이후 남한에서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생존기이다. 2004년 8월 1차 중국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탈출을 시작으로 다시 북한으로 붙잡혀 가고 2016년 2차 탈북을 감행하여 남한에 발을 디디기까지 3,762일이 걸렸다.
하지만 남한에 와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겨우 회복되었다. 굶지만 않고 살 수 있다면, 감시만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사선을 넘어온 남한에서 또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과정을 뒤돌아보며 저자는 지금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찾고 싶었던 자유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자유한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 또한 저자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은 이러한 탈북민들이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어지는 길고 지루한 일상까지는 책임지지 못한다. 정착을 넘어 개인의 치유와 성장,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수많은 탈북민이 이상과 현실의 틈에서 찢긴 마음을 안고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일어서고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두세 사람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해보기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는 적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편견과 선입견과 싸우다 보면 지치기 일쑤다. 남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 번 넘어본 국경, 두 번은 못 넘겠나 하면서 다시 정착할 만한 곳을 찾아 미국이나 캐나다, 태국 등을 떠돌아다니며 부표 같은 인생이 되기도 한다. 브로커를 통해 북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아낌없이 북으로 보내주고 기뻐하는 것도 잠깐일 뿐, 돌아서면 다시 지척에서 부대끼며 살지 못하는 아픔과 그리움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그들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주눅 든 삶,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등감에 시달린다. 사회적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고 어렵사리 얻어낸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다. 모호한 자기 정체성에 따른 혼란 속에서 홀로 탈북한 경우에는 지독한 외로움과도 사투를 벌여야 하는 그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일상은 그야말로 두려움의 연속이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환대해 주는 건강한 공동체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남북통일을 이야기하고 여타 기관들에서 통일의 염원을 담아 각종 프로그램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이 내 이웃이 된다면 흔쾌히 환대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관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먹는 음식이 다르고, 어눌한 말투가 부담스럽고, 너무 오랜 시간 갈라져 있었던 만큼 문화적인 차이가 극명해진 그들과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남한에 와서 만난 새로운 가족, 하나교회 공동체를 소개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아픔도 슬픔도, 켜켜이 쌓인 원망과 분노도 충분히 쏟아 놓으며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준 곳이다. 또한 ‘민들레가족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통해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처음 들었던 이름 ‘예수님’의 몸 된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는 신앙의 자유를 찾았다. 자활센터에서는 기술을 배웠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현재 탈북인 전문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지금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대물림 받아 정체성이 모호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탈북민 다음세대를 위한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고 최악의 인권유린 현장인 북한 교화소의 생생한 실태를 알리고 있다.
저자는 이제 ‘여기가 네 집 아랫목이다.’라고 말씀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공동체 안에서 당당한 개인으로 서 있다. 불과 4년 만에 인생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감시와 억압, 착취에서 벗어나 목숨 걸고 쟁취한 자유를 당당히 누리면서 자신과 같은 탈북민들이 남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곳에서 설 자리를 찾았다. 하나님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꿋꿋하게 살아가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 진정한 자유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