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열정: 칼 바르트 신학 해설』은 칼 바르트의 방대한 신학 사상을 한 권으로 요약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바르트 신학 전체를 한 권으로 요약하는 책으로는 오토 베버(Otto Weber)의 것과 제프리 브로밀리(Geoffrey W. Bromiley)가 쓴 개론서가 있었으나, 이번에 나온 『위대한 열정』은 그 두 권과 비교할 때 차원이 다른 책이다. 앞의 두 저자는 칼 바르트의 신학을 전문으로 연구한 사람이 아니었던 반면에, 『위대한 열정』의 저자인 에버하르트 부쉬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이미 바르트의 강의에 심취했던 바르트 전문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부쉬는 바르트의 모든 저작을 읽고 연구했으며, 바르트의 마지막 조교와 비서로서 바르트 자신과도 어느 누구보다 깊은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다.
에버하르트 부쉬가 쓴 『위대한 열정』은 바르트 사상의 깊은 차원을 드러내어 보여주며, 그의 방대한 사상 전체를 연결하는 맥락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가장 이른 시기에 젊은 바르트가 갈등하고 내적인 투쟁을 벌였던 주제에서 시작하여 만년에 이르러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상황을 바라보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인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탐구하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일생 동안 바르트의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스쳐 지나갔던 모든 사상들이 명확하고 간략하게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다. 칼 바르트 신학에 관심을 갖고 신학생 혹은 평신도로서 그의 신학을 공부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읽도록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서론 첫 줄에서 강조되듯이, 바르트를 먼 곳에서 바라보면서 바르트에 관하여 쓴 2차 문헌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제1부의 바르트의 생애에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문장이 『교회교의학』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쉬 자신이 쓴 문장보다 『교회교의학』에서 인용된 문장이 더 많은 내용과 깊이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바르트의 문장을 가지고 바르트의 신학을 재구성하여 드러내는 책이며, 따라서 바르트의 조교였던 부쉬가 쓴 이차문헌임에도 불구하고, 바르트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말하는 일차문헌에 가깝다. 바르트 연구를 이차문헌이 아닌 일차문헌으로 시작하라는 것은 서구 신학계의 공통된 권고이기도 한다.
최근에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바르트 신학에 관련해서도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우려스럽다. 칼 바르트에 관한 수많은 신학적 지식과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진정으로 신뢰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버하르트 부쉬의 『위대한 열정: 칼 바르트 신학 해설』은 이런 정보의 혼돈 속에서 가장 믿을 만한 바르트 신학 입문서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한국에서 바르트 신학을 공부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은 꼭 이 책으로 출발하기를 권고한다. 이 책을 충분히 소화했다면, 그 유명한 『교회교의학』으로 건너가는 길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