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66권을 저마다 다른 색깔로 표현한다면 아가는 아마도 요즘 말로 ‘분홍분홍’하지 않을까. 아가는 8장밖에 안 되는 짧은 성경이다. 한 남녀의 만남부터 설렘, 열정을 지나 갈등과 이별, 슬픔과 기쁨, 그리고 재회한 뒤 충만함을 맛보고 생명이라는 결실을 경험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그려진다. 남녀가 서로 밀고 당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담 같은 이 노래는 그래서 읽다 보면 잘 짜인 9막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개역개정으로는 사랑 노래의 달달함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밋밋하다. 하지만 표준새번역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제법 노골적인 표현들이 많아 처음 대하는 말씀처럼 낯설고 민망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본문에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실감 나는 표준새번역을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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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 노골적인 표현들이 많은 고려가요를 몹쓸 것처럼 여겨서 남녀상열지사라고 불렀던 것처럼 거룩하고 경건해야 할 성경에 왜 연애편지 같은 아가가 들어갔는지 의아해하는 이가 많다. 그런 오해 때문에 비혼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시대에는 더욱 나와는 상관없는 말씀이라고 여겨 믿는 사람들조차 안 읽고 넘겨 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가雅歌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노래, 노래 중의 노래song of songs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맛보는 기쁨의 노래, 순수하고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아가는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을 기록한 체험수기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아가가 무슨 이유로 정경에 들어갔을까.
정영구 목사의 아가서 해석은 새롭고 독특하다. 뻔한 이야기겠지 싶은데, 다르다. 그래서 이제까지 아가에 대한 허다한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린다. 심지어 제목이 〈우리가 마음껏 사랑하기까지 깨우지 말아 다오〉라니…. 제목부터 시쳇말로 ‘깬다!’ 얼마나 달콤하고 편안하고 아늑하기에 깨우지도 말라고 했을까. 베드로가 변화산에서 예수님이 변화되면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난 것을 보고 너무나 황홀해서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하며 주님을 위해 모세를 위해 엘리야를 위해 그곳에 초막을 짓고 내려가려 하지 않았던 장면과 겹쳐진다. 얼마나 좋으면….
아가서에 나오는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사랑 이야기는 그래서 하나님과 나의 사랑 이야기, 신랑이신 예수그리스도와 신부인 나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깨우지 말아 달라고 소원할 만큼 신부인 나와 신랑이신 하나님의 충만한 사랑을 아가 말씀 하나하나를 들어가며 지금 곁에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상의 말들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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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책상머리에 앉아서 쓴 것이 아니다. 15년 동안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들과 함께 묵상하고 나누었던 이야기를 씨줄 날줄로 엮어낸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사랑하기까지 깨우지 말아 다오〉에는 분명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이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지만, 그래서 문병하 목사가 추천사에 적은 것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영혼을 만지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읽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와 하나님의 이야기가 되며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 이야기가 된다. 잊고 있던 첫사랑을 기억하게 되고 하나님의 깊고 큰 사랑에 감격하게 되며 마침내 다시금 그 사랑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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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회가 흔들리고 있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 가운데 한때 뜨겁게 하나님과 교제했던 이들조차 그런 교회를 보며 실망하고 낙심하며 하나님과 만났던 첫사랑을 잊어간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말씀은 그래서 더 애절하고 우리 가슴을 격동케 한다. 우리 영혼과 골수를 흔들어 깨운다. 다시 그 첫사랑을 기억하라고, 그 사랑을 회복하라고. 그 사랑은 기쁨도 있고 충만함도 있지만, 고통과 슬픔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바로 그 사랑이 우리를 타락 이전의 축복 상태로 회복하게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하나님의 사랑은 먼저 하신 사랑이고 두려움 없는 완전하신 사랑이며 내어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 노래, 사랑 이야기가 흔하디흔한 시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한다. 그래서 더욱 이 사랑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하나님 되시고 내가 나 되는 역사를 경험하고, 두 존재가 인격적인 사랑을 나누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경험하여 이 책을 읽는 분들 모두 영원한 목마름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하나님을 만나 ‘깨우지 말아 달라’고 소원할 만큼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없는 크고 충만한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