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고자 피조세계 전체를 하나님과 화해시켰다는 “속죄론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 요소다. 전통적으로 속죄론은 승리자 그리스도론, 형벌 대속론, 도덕 감화설로 지칭되는 세 가지 모델로 설명된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영미권 학자들은 속죄론을 근본적으로 다시 다루어왔다. 이는 전통적인 속죄론 모델들이 가진 한계들을 지적하고 보다 성경적이면서도 현대 문화 속에서도 설득력 있는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속죄론의 춘추전국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속죄론 모델이 나온 상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다양한 이론이 한국교회 현장에는 잘 소개되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속죄론이라는 주제 하나를 역사적·문화적적·법적·조직신학적·철학적으로 끈질기게 파고든다. 이 책이 지닌 의미와 가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각 시대의 법과 정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 지었다는 점이다.
1장은 고대의 정의 및 법 개념과 관련해서 교부들의 속죄론을 다룬다. 교부 시대와 관련해서 중요한 요인은 하나님과 이방 신들이 실정법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정의와 관련한 신들의 일차적 관심은 법을 유지하는 게 아니었다. 정의는 일차적으로 질서로 이해되었으며, 법은 훨씬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것은 니사의 그레고리오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두 사람의 사상에 매우 잘 부합한다.
2장은 정의와 법의 이해에서 발생한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학자들은 이것을 12세기와 13세기의 법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법학과 신학에서 정의는 법에 상당히 근접한 개념으로 간주된다. 법은 이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틀을 정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놀랄 것도 없이, 특히 안셀무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속죄 신학자들은 이런 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반영한다. 이것은 법 혁명이 속죄론에 획일적인 결과를 초래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동일한 법 혁명의 시기에서 활동했던 페트루스 아벨라르두스와 둔스 스코투스의 작업은 정의에 대한 그들 자신의 독특한 이해를 반영한다.
3장은 십자가에 대한 루터와 칼뱅의 신학을 더 자세히 살펴본다. 종교개혁 시기는 12세기에 시작한 법 혁명을 강화하지만 다른 강조점을 갖고 그렇게 한다. 안셀무스와 아퀴나스의 속죄론이 근거하는 중세의 공로 신학은 점차 약화된다. 하지만 루터와 칼뱅은 법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태도를 보여준다. 루터는 법을 하나님의 “낯선 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사역은 법의 논리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초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대로 칼뱅은 법과 하나님의 본성을 동일시하고 고전적인 형벌 대속론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4장은 세 명의 근대 신학자/철학자, 곧 임마누엘 칸트와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그리고 알브레히트 리츨을 다룬다. 근대는 정의에 대한 중세적 이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기는 특히 칸트가 관심을 기울였던 인간의 도덕적 변화에 근본적인 강조점을 둔다. 슐라이어마허와 리츨은 법과 정의에 대한 칸트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신학적 견해를 정교하게 구축한다.
5장은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룬다. 이 책의 주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인 이 시대의 구분되는 특징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법을, 구체적으로 정의를 중재하는 법과 법률 기관의 능력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인간의 정의 체계 안에서 활동하시고 그것을 합법화하신 분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포스트모던 속죄론은 법에 의한 일체의 폭력을 거부하는 것을 포함해 일차적으로 비폭력과 관련이 있다. 5장에서는 르네 지라르와 마크 하임의 연구를 비롯해 존 밀뱅크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자(박승호)의 연구, 그리고 페미니스트와 탈식민주의 신학자들의
연구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장인 6장은 건설적인 결론을 맺는다. 저자는 하나님의 단순성 개념이 속죄론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속성 중 한 가지 속성 또는 다른 속성(사랑 또는 정의든지 간에)을 우선시하는 특정한 이론들을 배제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에서 신적 행위의 통일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조심하도록 도움을 준다.
죄로부터의 구원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속 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보느냐가 십자가의 의미를 결정한다. 최근 신학적 경향은 공의의 하나님보다 사랑의 하나님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속죄론에서 형벌 대속론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 맞서 저자는 속죄론이 각 시대의 정의론과 밀접한 관계에 있?
감사의 글
서론
1장 교부 사상의 정의, 법 그리고 십자가
2장 중세의 속죄와 법 혁명
3장 종교개혁: 루터, 칼뱅 그리고 형벌 대속론의 전통
4장 근대: 속죄와 영혼의 치유
5장 속죄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법 비판
6장 속죄와 하나님의 행위의 완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