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성경에서 말하는 선교나 성경적 선교신학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다. 성경에서의 선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그럴 생각이 없다. 이 책의 목적은 해석학적 성격이 짙다. 바꿔 말하면, 이 책은 성경에서 지향하는 선교를 진지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법에 대해 말한다. 나는 독자인 우리가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해야 하는, 특수에서 보편으로의 이동이라는 것이 성경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나라를 목표로 삼는, 말하자면 하나님이 지으신 만물의 선이라는 하나님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종의 프로젝트다. 이것은 보편을 지향하는 것으로, 특수를 매우 진지하게 다룬다. 그리스도를 믿는 공동체나 개인은 언제나 성경과 우리 자신의 상황이 정의하는 특수를 출발점으로 삼으며, 다른 특수들과 동떨어지기보다 그 안에서 찾아야 하는 보편을 지향하는 성경을 따른다. 이것이 선교다.”(30쪽)
“특수에서 보편으로 이동하는 성경적 내러티브를 더욱 면밀히 살핀다면 그 내러티브에는 세 가지 양상 혹은 세 가지 차원, 곧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1) 성경적 내러티브의 시간적(temporal) 이동은 창조에서 종말론적 미래에 이르기까지 줄곧 지속된다. 시간적 이동은 옛것에서 새것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를 기억 속에 재구성하고 미래를 기대 속에 건설한다. 시간적 이동 안에서 선교는 하나님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 된다. 선교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과거의 내러티브에서 뿐 아니라 또한 그 내러티브에 의해 장차 임할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지향하는 것에서 찾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이동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내러티브에서 자신들을 발견할 때 그 내러티브가 그들에게 펼치는 가능성은 그들이 하나님의 미래를 지향하면서 살 때 하나님이 주시는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시간적으로 선교는 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다. ...... (2) 성경적 내러티브의 공간적 (혹은 지리적) 이동은 한 곳에서 모든 곳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예루살렘에서 땅 끝으로 진행된다. 공간적 이동 역시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있는 성전에서의 하나님의 특별한 임재에서 하나님의 보편적 왕국의 도래를 지향하는 신적 이동이다. 교회는 또한 이러한 지리적 이동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공간적으로 선교는 늘 새로운 지평을 향한 움직임이다. ...... (3) 시공간에서의 이동은 사람들의 움직임, 곧 개인에게서 개인으로, 사람들에게서 사람들에게로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구약성경이 대체로 가계에 나타난 시간을 계산한다면 신약성경은 여행 공간을 기록한다. 시간과 공간 둘 다 인간의 이동으로, 현대 세계가 선호하는 비인간적일 만큼 추상적인 조치들과 대비되는 측정수단이다. 성경적 내러티브의 사회적 혹은 산술적 이동―이런 표현도 무방할 것이다―은 하나에서 다수로, 아브라함에서 열방으로, 예수에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피조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선교는 언제나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움직임, 그러니까 늘 새로운 사람들의 움직임이다.”(32-35쪽)
“성경적 내러티브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통치의 본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지구적 권력의 내러티브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성경적 메타내러티브 자체가 당시의 세계화하는 권력에 어느 정도 맞서는 가운데 형성되었음을 고려해야 한다.”(134쪽)
“성경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로 가는 도중에 나머지 모든 이야기를 없애기보다는 자신과의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 나라로 이끈다. 성경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되어, 이스라엘과 예수의 하나님과 긍정적으로 엮일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나라로 끌어들인다. 성경적 메타내러티브 안에 소소한 이야기들이 꽤 많다는 것과 성경 자체 안에 다른 이야기들의 파편과 흔적들이 꽤 많다는 것은 분명 이에 대한 징표이자 진지함이다. 보편은 하나님 나라로서 따분한 획일주의도, 차이에 대한 억압이나 부인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예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모든 것의 하나님이 되시는 하나님과 관련하여 그 안에서 모든 특수가 자신의 참된 운명에 다다르는 상황이다.”(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