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교리에 대한 천박한 축소와 왜곡이 큰소리를 치는 한국 교회 강단, 목회와 교회 성장마저 후기자본주의의 무한경쟁과 무한착취의 논리를 통해 이해되고 실행되는 교회를 향해 경종을 울리며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얇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 나왔다.
정용섭 목사는 유명 대형교회 설교자들의 갈채 받는 설교문을 비평하고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약점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글을 발표하여 꾸준한 지지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저자다. 새롭게 출간되는 『목사 공부: 수행과 순례로서의 목회』는 저자가 신학과 목회의 길을 가는 후학과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솔한 경험과 신념의 골자를 정리한 책이다. 목사란 예배 인도와 설교와 교회 행정의 기능을 수행하는 직업인이기에 앞서, 절대타자이시며 절대 진리이신 하나님 앞에서 평생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를 비워가는 수도사이며, 고지를 향해 가는 한 발 한 발을 수행으로 삼아 구원을 이루어가는 부름 받은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무게를 가지고 마음에 와 닿는다. 또한 진정한 목사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자기검열뿐 아니라, 실제적인 목회 전반에 대한 유익한 충고들, 이를테면 목회 소명의 확인, 목사의 책 읽기, 예배의 구체적 형식, 교회의 재정 운용, 목회자 아내의 적절한 거취와 목회자의 취미 생활에 이르기까지 후진들을 위한 저자의 폭넓은 관심사와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특히 40년 넘는 세월을 신학 연마와 목회 실천에 쏟고 난 후, 이제 절정을 지나 조금씩 사위어가는 이생의 빛 속에서 신앙의 삶과 구원의 여정 전체를 되돌아보는 마지막 장 “목사의 구원”은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하다. “결국 나는 목사이면서 기독교인으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구원을 향해 갈 뿐이지 구원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구원의 빛을 향해서 천천히, 쉬지 말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갈 뿐이다. 성령께서 도와주시기를!”이라는 마지막 줄이 수사적 언어의 차원을 한참 지나 한 마디 한 마디 실재의 무게를 가지고 읽히는 것은, 그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와 헌신으로 삶이라는 아름다운 피륙을 짜내려왔음이 실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계발과 상업주의, 성장주의에 찌든 한국교회 목회 현장에 이모저모로 가담하고 있는 목회자 및 신학도들에게 건강한 도전과 성찰과 제공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