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성경 지리가 손에 잡힌다
‘바이블 아틀라스’라는 이름을 단 책이 시중에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성경 연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성경 지리는 결코 성서학자들만을 위한 특수하고 전문적인 지식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성경 이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봐야 옳겠다. 성경은 실제 장소와 실제 시간 속에 실재한 인물들을 만나주신 하나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성경 지리에 대한 공부는 성경 이야기를 이해하는 핵심 배경이기 때문에 비단 신학자의 연구 작업에만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들의 성경 공부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정작 성도들이 성경 지리책을 일부러 찾아 읽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렵고 낯설기 때문이다. 너무 크고 무겁고 많은 분량의 지도를 나열해 놓은 책들은 손에 집어 들기가 못내 부담스럽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성경 지리는 학자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전문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한국 교회 성도들의 성경에 대한 열심은 남다르다. 교회 안팎에서 진행되는 여러 성경 공부에 스스로 참여하기도 하고 성경을 다독하거나 암송하고, 나아가 성경을 필사하는 성도들도 매우 많다. 그런 점에서 더더욱 일반 성도들이 손쉽게 보고 성경 지리를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경 지리야 말로 성경 이해의 기본이자 필수 자료이기 때문이다.
존 벡 교수의 책은 그런 점에서 최적화된 입문서다. 일단 성경 지리를 중심과 주변을 망라하여 두루두루 다룬다는 점에서 공시적이고,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성경 전체 흐름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통시적으로 개괄해주고 있다.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친절하고 감각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게다가 그중에 60페이지가량은 지도)에서 무려 약 570여 개에 달하는 성경 본문을 참고 본문으로 제시한다(색인참조).
지리와 역사와 신학의 랑데부
이렇게《땅 성경 이야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읽을 수 있고, 또 읽어야 하는 성경 지리 입문서로서 최고의 선택이 된다. 하지만 약속의 땅이라고 하는 지리적 측면에 성경에 나타난 역사적 측면을 결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특징이 있다. 바로 신학이다. 존 벡 교수는 지리와 역사와 신학을 한데 결합시키고 있다.
성경의 지리와 역사의 결합만으로는 일반 성도의 흥미를 끌기가 쉽지 않다. 연대표 암기 중심의 역사 공부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에 출간된 성경 지리에 관한 책들이 성도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땅에 대한 무지를 넘어서 그 지리와 연결된 구속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도 어렵다.
약속의 땅에 결부되는 성경의 역사는 구속사, 즉 신학적으로 해석된 역사이다. 성경 지리와 성경 역사를 이렇게 신학적 층위에서 묶어주는 대중적 해설서를 찾아볼 수가 없다. 존 벡 교수의 작품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공백을 메워줄 책이다. 여타의 성경 지리책(지도에 짤막한 설명을 덧붙이는 구성)과 달리 지도보다 텍스트가 더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존 벡은 약속의 땅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건들을 구속사적 맥락과 약속의 땅이라고 하는 지리적 배경 가운데 설명하고 해석한다. 《땅 성경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약속의 땅이 달리 보일 것이다. 단언컨대 이 작은 책을 통해 성경을 보는 눈이 가일층 깊고, 넓게 열릴 것이다. 성경이, 그 지리와 역사가 새롭게 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