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정착”을 강요한다. 좋은 직장, 높은 연봉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삶을 행복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청년들의 몸과 정신을 옭아매는 것이다. 이에 많은 청년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자본 증식의 문화 속에서 피로를 느끼면서 무엇이 참된 삶인지 탐구하거나 고민해보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게다가 많은 교회가 이런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신앙을 예배당 안의 종교적인 범주에 묶어두려고 함으로써 교회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의 현실에 깊은 관심을 둔 저자는 『노마드 교회』를 통해 성서가 “정착”보다 “유목 생활”을 호의적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유목민 특유의 삶의 태도 때문이다. 성서적 의미에서 유목민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방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가운데 순례의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소유”에 인생의 목적을 두지 않고 만물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가운데 최소주의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는 본래 중앙아시아, 몽골, 사하라 등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목축을 업으로 삼고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용어는 최근 디지털 문명 속에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일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써 주목받게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문명이 젊은이들을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초청하는 이때, 교회는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노마드 교회』는 우선 “종교적인” 신앙생활에 물든 교회와 청년들에게 제도와 문화로서의 기독교에 안주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오히려 참된 신자는 종교로서의 기독교에 정착하기보다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야말로 복음의 정수임을 밝히며,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현실로 구체화한 교회의 출현을 예고함으로써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침체의 늪을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구약 창세기부터 신약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의 실재가 어떻게 당시 역사적 정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꽃을 피워가며 그 시대의 지배 세력 및 이념에 맞서 투쟁했는지를 서술한다.
『노마드 교회』의 저자는 우리와 같은 시대의 “청년”으로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회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해왔다. 한국교회를 향한 그의 문제의식과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성서에서 추출한 목회 원리들은, 오늘날 막다른 골목에 선 기독 청년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또한 올바른 청년 목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