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바빙크는 ‘균형의 신학자’입니다. 바빙크는 좌우로 쉽게 치우치지 않고 언제나 성경 계시에 근거해서 신학적 균형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헤르만 바빙크의 일반은총』도 마찬가지입니다. 깜픈 신학교 교장 이임 특강인 「일반은총」과 이후에 쓴 소논문인 “칼뱅과 일반은총”의 묶음집인 본서를 통해 바빙크는 창조와 재창조, 일반은총과 특별은총, 일반계시와 특별계시 사이에 존재하는 신학적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설득력 있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반은총만 강조된다면 자연주의, 합리주의, 인간론적 낙관주의, 공로주의에 잔뜩 함몰되어 인간 때문에 하나님의 거룩한 자리가 철저히 침해받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특별은총만 강조된다면 온갖 형태의 신비주의, 초자연주의, 신령주의가 난무하게 되어 인간이 응당 서 있어야 할 소중한 자리가 낱낱이 거세당하고 말 것입니다. 바빙크는 이런 극단적인 사상들이 가진 불균형 지점들을 ‘일반은총’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교정해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일반 은혜』와 더불어 본서를 읽는다면 일반은총에 대한 훨씬 더 풍성하고도 균형 잡힌 이해가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일반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보편적 선하심’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불신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입니다. 신자든 불신자든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보편적 선하심이 시시때때로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보편적 선하심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절대 없습니다.
『헤르만 바빙크의 일반은총』이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가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자연을 이해했는가를 보여주는 이 단행본은 약 42년 전인 1979년에 〈一般恩寵論: 경계해야 할 自然主義와 超自然主義〉라는 제목으로 총신대학교 교수로 사역했던 차영배 박사에 의해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일반은총이라는 주제는 16세기 종교개혁자 칼뱅에 의해서 새롭게 제공되었던 교리적 주제인데, 바빙크는 칼뱅의 견해에 충실하면서도 신칼빈주의적 입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독특하게 전개합니다. 동시대에 네덜란드에서 자유대학교를 설립했으며 수상까지 역임했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가 집필했던 〈일반 은총론〉(De gemeene gratie, 1902-1905)은 전 3권으로 구성된 대작에 해당됩니다. 이와 달리 바빙크는 이 주제로 단행본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두 편의 아티클의 편집본인 이 작품을 통해서 일반은총에 대한 그의 신칼빈주의적 입장을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이 땅의 모든 이에게 자연주의에 대한 바빙크의 견해 뿐 아니라 당대 네덜란드 개혁신학의 진면목을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지면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합니다.